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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의 봄날은 탄핵반대의 열풍이 전국을 뒤덮었다. 황사가 끼는 날에도, 봄비가 부슬거리는 날에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반대하는 시민들의 거친 목소리는 17대 총선과 맞물려 거세게 일어났다.
그 결과로,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은 152석의 의석을 차지하면서, 원내 과반수 정당을 차지했다. 정치권의 개혁의지는 드높았고, 국민들의 기대는 그보다 더욱 컸다.
▲ 2004년 4월, 탄핵반대 촛불집회 당시의 장면
그로부터 4년이 흘렀다. 2008년 광화문에서는 다시 탄핵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4년전과는 전혀 다르다. 수십만의 군중이 일사분란하게 촛불을 들며 광화문 일대를 노란 촛불의 물결로 뒤덮었던 그때의 모습과는 모든 점에서 다르다.
무엇보다, 2008년 봄날의 탄핵집회는 탄핵촉구 집회였다.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 이후, 각종 실정이 민심을 잃어가고, 급기야 미국과 일본의 정상회담 이후 쏟아져 나온 뉴스는 시민들을 크게 분노하게 만들었다.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이 전세계에서 가장 완화된 조건으로 위험천만한 미국쇠고기를 무제한 수입하기로 했고, 일본의 거듭된 망언도 정치인들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치부하면서 더이상 과거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선언을 해 버렸다. 일왕은 대한민국 최고 정치지도자에 의해 또다시 '천황'으로 승격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정치권에서는 이런 시민들의 분노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은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야권은 지리멸렬한 논쟁만 거듭하고 있다.
시민들은 직접 피켓을 만들어 거리로 나섰다. 뚜렷한 주최자도 없고, 단체도 없다. 다만 인터넷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한 까페의 구성원들이 서로 만났다. 일면식도 없는 시민들이 거리에서 하나가 되었다.
▲ 태극기와 함께 걸린 안티 이명박 까페 깃발 ⓒ데일리 서프라이즈
4월의 날씨답지 않게 쌀쌀한 날씨에도 개의치 않고, 3시간동안 300여명의 시민들이 목청껏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대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은 그 집회의 메인 슬로건은 [제 2의 식민지를 거부한다]였다.
청계천의 시작을 알리는 소라기둥 앞 도로에서 펼쳐진 이날 집회에는 인터넷 까페(이명박 탄핵을 위한 국민운동본부)를 중심으로 만난 시민들이 모였다. 기존의 정치, 사회단체가 아닌 순수하게 자발적으로 나선 시민들이었다. 각자 준비한 피켓을 들고 나온 시민들은 인도에서 평화적으로 집회를 진행했다.
집회가 진행중인 인도의 건너편에서는 청계천을 지나는 시민들이 꾸준히 관심을 보이며 함께 구호를 외치거나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집회는 대부분 현장의 시민들이 즉석에서 나와 자유발언을 하는 식으로 이루어 졌다. 특히,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기로 한 최근의 결정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과 반대의 목소리가 컸다. 대일, 대미 외교의 굴종성을 비판하는 내용도 주를 이루었다.
▲ 각자 준비한 피켓을 들고 나온 시민들 ⓒ데일리 서프라이즈
4년전, 광화문 일대를 가득 메웠던 거대한 시민의 물결에 비하면, 26일의 집회는 초라할 수도 있다. 그러나 참여한 시민들의 진지함은 여전했다. 그 진지함이 한국정치의 새로운 변화를 추동할 수 있을 것인지, 향후 관심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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