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곡 (1)
1. 서
'가곡' 혹은 '예술 가곡'은 문학적으로 가치가 인정되는 시에 음악을 붙인 형태로서, 작은 규모의 서정적인 분위기를 지닌 성악곡의 한 장르이다.
'가곡'은 자연 발생한 민요와 차이가 있다. 민요는 작사자나 작곡자가 분명하지 않고,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쉽지만, 예술가곡은 작곡자와 시인이 분명하고 따라 부르기 쉽지않다. 이는 민요는 단조로운 멜로디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또 시에 곡을 붙였다고 할지라도 오페라와 오라토리오, 미사곡 등에 포함되는 노래는 제외된다. 그 차체로 독립되어 있는 노래만을 통상 '가곡'이라고 부른다.
가곡의 기원은 11~12세기 중세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우럽의 음유시인들은 궁정에서 전쟁 영웅담과 사랑의 시를 노래했다. 당시 이들이 부르던 민요풍의 노래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예술성을 띠었고, 마침내 가곡으로 발전했다. 예술가곡이 황금기를 마지한 것은 19세기 낭만파 시절이다. 가곡은 낭만주의 문학과 함께 성장해나갔다. 모차르트와 베토벤이 기반을 닦았고, 슈베르트에 이르러서는 독창 가곡이 음악의 다른 장르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가곡의 전성기를 맞았다.
가곡은 형식에 따라 나뉘는데, 슈베르트의 가곡을 예로 들면, '들장미'처럼 여러 절로 이루어지며 같은 선율에 노랫말을 바꾼 형식을 '유절 가곡(有節歌曲, Strophenlied)'이라고 하고, '마왕' 같이 처음부터 끝까지 시에 어울리는 음악이 붙는 형식을 '통작가곡(通作歌曲, Through Composed Song(英), Durch Komponiertes Lied(獨))'이라고 한다. 또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처럼 여러 가곡을 모아 가곡집 형식으로 묶은 것을 '연가곡(連歌曲, Kreislieder)'이라고 한다.
2. 서양의 예술가곡
예술가곡은 낭만주의 시대 독일을 중심으로 발전했으며,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도 비슷한 형태로 발전했다. 독일 가곡을 리트(Kunst Lied), 프랑스 가곡을 멜로디(Melodie)라 부르는데, 서로 다른 언어(발음)와 분위기를 잘 살려 작품 세계를 구축해나갔다. 이탈리아 가곡은 오페라의 인기에 가려 크게 빛을 보지 못했지만, 여러 형태로 발전해나갔다. 이 중 부르기 쉬운 칸조네는 지금도 전 세계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1) 독일 가곡(Lied)
독일 가곡은 '리트'라고 부른다. 당시 독일에는 서정시가 인기였는데, 괴테, 하이네, 아이헨도르프를 비롯한 유명 시인의 시는 많은 작곡가에게 영감을 주었다. 이 중 아이헨도르프의 시는 5000여 곡의 독일 가곡을 탄생시켰다. 리트는 딱딱한 발음과 감정의 절제가 특징이다.
* 리트의 황금 시대를 연 작곡가는 '가곡의 왕'으로 알려진 슈베르트(F. Schubert, 1797~1828)다. 그는 600여 곡의 리트를 남겼다. 그는 시와 음악을 일치시킴으로써 노래 언어로는 부적합한 딱딱한 독일어 발음을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또 피아노 반주를 단순히 반주 역활이 아닌, 시 분위기 전체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마왕'에서는 말발굽 소리를, '보리수'에서는 보리수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피아노로 표현한다. 다양한 선율을 사용해 극의 분위기를 풍성하게 했다. 예술적으로 정제된 아름다움도 슈베르트 가곡의 특징이다. 그는 가곡집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 <겨울 나그네>, <백조의 노래>와 '숭어', "마왕', '들장미', '음악에 부쳐', '자장가''등 수많은 곡을 남겼다.
* 슈만(R. Schumann, 1810~1856)은 독일 낭만주의 가곡을 화려하게 발전시킨 주역이다. 피아노 작품의 작곡에 몰두했던 그는 장인의 반대를 무릅쓰고 클라라와 결혼한 이후183곡의 리트를 작곡했다. 결혼한 첫해에만 138곡을 작곡했을 정도였다. 그는 선배 음악가 슈베르트를 존경했으며 그를 능가하는 가곡을 세상에 발표햇다. 슈베르트가 음악과 텍스트의 비중을 똑같이 두었다면 슈만은 텍스트보다는 음악에 비중을 두었다. 또 자신의 개성을 나타내기 위해 전주와 후주를 길게 썼다.
슈만은 <미르테의 꽃>, <여자의 사랑과 생애>, <시인의 사랑> 등의 가곡집과 '두 사람의 척탄병'등을 남겼다. 이 중 그의 대표 가곡집 <시인의 사랑>은 당시 엄청나게 인기가 있었던 하이네의 시집<노래의 책>에서 16개 시를 골라 곡을 붙인 것이다. 그가 택한 부분은 하이네가 자신의 사촌 동생인 아말리에와 이루지지 못한 사랑에 관한 내용으로, 클라라를 아내로 맞기까지 고통을 겪었기에 깊게 공감할 수 있었다. 곡 연결을 위해 모든 곡에 못갖춘 마디를 사용했고, 마지막 마디에서 박자를 정확히 맞추지 않은 곡도 있는데, 이는 시의 내용이나 분위기를 최대한 살리기 위한 슈만의 의도였다.
* 슈만의 제자인 브람스(J. Brahms,1833~1879)는 200여곡의 리트를 남겼다. 브람스는 어떤 요소보다 노래의 멜로디를 중요하게 생각했고, 그 멜로디는 매우 서정적이다. 그의 리트는 민요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는 민요의 가사를 선택해 새로운 민요를 작곡하기도 했고, 민요의 멜로디를 음악 소재로 채용하기도 했다. 민요처럼 전주 없이 바로 시작하는 작품이 많다. 브람스는 '사랑의 진실', '타향에서', '보리수 나무 위의 속삭임', '나는 밤중에 일어나', '나의 여왕은 어떠하신가', '꾀꼬리에게', '영원한 사랑', '자장가', '네 곡의 엄숙한 노래', '나의 사랑은 녹색'등을 남겼다. 이 중 '나의 사랑은 녹색'은 슈만의 막내아들 펠릭스 슈만의 시에 곡을 붙인 것이다. 브람스 가곡 중 가장 많이 불리며, 정열이 넘치는 선율이 특징이다.
* 지휘자이자 작곡가였던 구스타프 말러(G. Mahler, 1860~1911)는 미완성인 10번을 포함해서 11개의 교향곡을 썼으나 가곡 작곡가로서 정체성이 강했다.그는 피아노 반주 대신 대편성한 관현악 반주를 덧붙여 새로운 가곡의 장을 열었다. 이 때문에 가곡에서 교향곡 분위기가 풍긴다. 중국 시를 독일어로 번역한 가사를 덧붙인 교향곡<대지의 노래>, 자작 가사로 된 두 가곡 '한탄의 노래', '젊은 나그네의 노래' 등이 있다.<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는 프리드리히 뤼케르트 시에 곡을 붙인 연가곡이다. '이제 빛나는 태양이 떠오른다', '너의 어머니가 문을 열고 들어설 때' 등 다섯 곡으로 이루어졌다.
2) 프랑스 가곡(Melodie)
독일에 리트가 있다면, 프랑스에는 멜로디가 있다. 바리톤 피에르 베르나크는 저서 <프랑스 예술가곡의 해석>에서 프랑스 가곡의 특징을 "표현의 명징성, 정확성, 형식의 밀도"라고 정의했다.
리트에 비해 멜로디는 감정을 표현하는 데 훨씬 은근했다. 단어가 간직한 일반적인 감정이 아닌, 음의 관능미, 언어의 아름다운 울림, 텍스트의 철학적 깊이 등이 곡의 가치를 결정한다. 멜로디는 무엇보다 텍스트와 선율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프랑스어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발음을 완벽히 하지 않으면 프랑스 가곡을 작곡하거나 노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것이다.
* '멜로디'의 개념을 처음 자신의 작품에 적용한 작곡가는 베를리오즈(H. Berlioz, 1803~1869)다. 그는 모두 네 권의 가곡집을 남겼는데, 이 중 가장 뛰어난 작품이 <여름밤>이다. <여름밤>은 '목가', '장미 요정'등 여섯 곡으로 이루어진 연가곡으로, 친구 고티에의 <죽음의 희극>이라는 시집에서 여섯 편을 발췌해 곡을 붙였다. 내용은 연인의 부재에서 오는 불안한 감정과 정열적이고 관능적인 밤에 대한 로맨틱한 정감이 교차되어 있다.
* 구노(Ch. Gounod, 1818~1893)는 라마르틴 같은 작가들의 시를 토대로 200편이 넘는 멜로디를 작곡했다. 그의 가곡은 프랑스 가곡이 발전하는 기초가 되는데, '아베 마리아', '세레나데'등이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아베 마리아'는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집 1권>중 '전주곡 1번'을 반주 삼아 멜로디를 얹은 곡이다.
* 포레(G. Faure, 1845~1924)는 근대 프랑스 가곡을 확립한 사람이다. 그는 많은 기악곡을 작곡했지만, 그의 진가는 미묘한 뉘앙스가 느껴지는 가곡에 있다. 그의 가곡은 세련된 감각과 균형 잡힌 표현으로, 순수한 프랑스 음악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상냥한 노래>와 <이브의 노래>등 가곡집과 '꿈꾼 뒤', '달빛', '만돌린', '가을'등 모두 80여 곡의 가곡을 작곡했다. 이 중 폴 베를렌의 시에 곡을 붙인 '상냥스러운 노래', '달빛'등이 명작으로 꼽힌다.
3) 이탈리아 가곡
이탈리아 가곡의 특징은 멜로디가 밝고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으며 내용도 단순하고 솔직하게 표현한 사랑의 노래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탈리아는 워낙 오페라가 인기가 있어 가곡이 크게 사랑받지 못했다.
이탈리아 성악곡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아리아 안티케(Aria Antiche)'는 오래된 아리아, 즉 바로크 시대 오페라에 나오는 아리아로, 현제 오페라는 상연되지 않고 아리아만 널리 불리는 노래를 뜻한다. 본래는 오페라 아리아이지만 지금은 가곡으로 불리는 노래들이다. 대표적으로 클루크의 '오 나의 감미로운 사랑', 헨델의 '울게하소서' 등이 있다.
둘째는 '무지카 다 카메라(Musica da Camera)'로, 실내 공연을 위한 소품 가곡을 뜻한다. 우리가 흔히 이탈리아 가곡이라고 말하는 곡들이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품위있고 아름다운 선율과 격정적인 노래로 이루어져 있다. 도나우디의 '아름다운 그대 모습', 벨리니의 '방랑하는 은빛 달이여', 로시니의'약속'과'춤'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셋째는 칸초네다. 우리가 즐겨 듣고 연주회의 앙코르 곡으로 많이 연주하는 곡이다. 민요와 가요 중간 형태로, 주로 나폴리 지방을 중심으로 구전되는 민요(나폴레타나)나 칸초네 전문 작곡가들의 작품이 여기에 해당한다. 사랑을 호소하거나 자연을 찬미하는 곡들로, 모두 정열적이고 화려하다. 살바토레 카르딜로의 '무정한 마음', 에두아르도 디 카푸아의 '오! 나의태양', 에르네스토 데 쿠르티스의 '돌아오라 소렌토로', 루이지 덴차의 '푸니쿨리 푸니쿨라'등이 있다.
19세기부터 20세기 말에는 독자적인 가창성을 살린 가곡이 많이 작곡됐다. 그중 레스피기(Ottorino Respigi, 1879~1936)는 회화적이고 시적인 정취를 표현하는 수완이 뛰어난 한편, 옛 이탈리아 음악의 부흥을 위해서도 노력해, 그레고리오 선법을 따라 가곡을 작곡했다. 그의 대표적인 가곡으로는 대중적인 아르메니아인의 시에 붙인 '네 곡의 가곡', 루비노 시에 붙인 '다섯 곡의 가곡'등이 있다.
* 참고서적: 2011년 11월호 '문화공간'중에서 (글쓴이 두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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