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스크랩] 파리소티의 `아리에 안티케`의 문제점과 대안

@로마의휴일 2008. 4. 14. 14:35

 

바로크테너 박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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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아리에 안티케의 문제점 (헨델 이전을 중심으로)

 

- Arie Antiche (Alessandro Parisotti, 1885)

 

파리소티가 최초로 옛 바로크시대의 아름다운 가곡과 아리아를 현대악보로 소개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것이 바로 리코르디에서 1885년에 출판한 아리에 안티케(전 3권)이다.  우리나라에는 이탈리아 가곡집을 통해 이 악보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어서 그간 한국에 내한했던 많은 바로크전문가들의 비난을 익히 들어 아는 바이다.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a. 원본의 모습을 알수없게 만든 편집자의 편집

      우리는 아리에 안티케의 악보가 틀렸을 것이라는 의심을 거의 하지 않았다. 마치 슈베르트나 슈만의 가곡악보를 신뢰하듯

     이 말이다. 그러나 파리소티의 경우에는 곡의 원래 선율이나 가사까지 바꾸고 곡을 줄이거나 늘이기 까지 하는 등 원래악보

     의 모습을 알기 어렵게 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또한 원본에는 거의 나와있지 않은 셈여림, 빠르기말, 메트로놈 수치를

     추가했다. 물론 이런 것이 나와 있지 않은 원래악보를 일반 성악가들이 볼 때에 음악해석에 많은 어려움있을 것이라는 배려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원래 곡에 메스를 댄 것은 지나친 월권이며, 동시에 자신이 한 편집에 대한 언급을 구체

     적으로 해주었어야 하는 의무를 져버린 것이다.  또한 장식음을 멜로디에 직접 추가했는데, 적어도 원래의 형태를 남겨주어

     자신이 추가한 장식음적인 선율에 대한 구분을 확실히 했어야 했다.

 

   b. 곡에 대한 정보의 부족

       스카를라티의 Le Violete는 테너의 아리아, 칼다라의 Selve amiche는 소프라노의 아리아다. 이런 구체적인 정보에 대한

      소스나 언급이 지나치게 부족하여 바로크의 아리아와 가곡은 성별과 성부와는 전혀 상관없는 연습곡같은 지위로 떨어지게

      되었다. 오늘날 모차르트의 테너 아리아를 소프라노나 다른 성부의 성악가가 전조해서 노래하는 것이 용납되지 않음을 주

      지할 필요가 있다. 

 

   c. 반주의 문제

       바로크시대의 반주는 바소콘티누오(통주저음 또는 지속저음)을 기본으로한 앙상블이었다. 만일 다른 선율적 악기(바이올

     린이나 비올라 또는 오보에, 리코더, 플루트 등)가 없는 경우 악보는 매우 간단하여 선율과 숫자가 적힌 베이스 라인이 전부

     이다. 아리에 안티케의 많은 곡이  이런 숫자저음(figured bass) 반주곡인데, 이것을 파리소티가 매우 낭만적인 기법으로

     피아노를 위해 편곡해 놓았다. 이것 역시 원래의 모습을 알아보기 어려운 상태이며, 요즘처럼 쳄발로나 류트가 복원되어 활

     발하게 사용되는 시대에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편곡이라고 할 수 있다. 

 

2. 다른 바로크 시대 가곡 아리아의 편집본들

 

- La Flora (Knud Jeppesen, 1948)

      

 위에서 언급한 파리소티의 문제점을 이미 1948년 Jeppesen이 느끼고 가능하면 원전에 가까운 악보를 남기고자 노력한 첫 악보집이 La Flora(전 3권)이다.  그는 악보의 출전과 간단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상당히 모범적인 악보집이지만, 한국에 출판된 아리에 안티케에는 대부분이 소개되어있지 않은 곡들이다. 역시 아쉬운 점은 셈여림, 빠르기말, 이음줄 등을 임의로 추가한 점이다.

 

- Alte Meiter des Bel Canto (Ludwig Landshoff, 1942 이전)

 

 란츠호프의 이 악보집은 보다 화려하고 비르투오소한 바로크초기부터 후기까지의 작품들을 수록하고 있다 . 하지만 임의적 편집의 수준이 거의 파리소티에 필적한다.

 

- Le nuove Musiche (A. R. Edition Inc)

 

 미국의 A. R. Edition은 매우 학구적인 음악전집을 출판하고 있으며, 도서관에 반드시 비치해야할 고음악 레파토리의 보고이다. 그 중에 카치니의 신음악을 보면 서문을 영문으로 싣고 있으며, 편집의 부분을 명시하고 있는 모범적인 악보집이다.

 

- Italian songs of the 17th and 18th Centuries (Luigi Dallapiccola)

 

 유명한 이탈리아 작곡가인 루이지 달라피콜라가 편집한 악보로 역시 원전에 충실한 선율을 보존하고 있다. 하지만 역시 셈여림, 빠르기말 등의 편집이 들어가 있고, 피아노용 반주라서 오른손의 음역이 매우 높게 되어있다. 일반적으로 바소콘티누오를 함에 있어서 오른손의 음역은 노래하는 선율의 음역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선율의 본모습을 알아보는 데는 유용하다.

 

- 26 Italian Songs and Arias (John Glenn Paton)

 이번 연주에서 사용할 주 악보집으로 미국인인 글렌 페이튼이 편집한 이탈리아 가곡 및 아리아집이다. 이 악보는 원래의 선율을 보존하고 베이스라인도 유지하고 있으며, 이탈리아의 발음 및 곡의 해석, 배경 설명, 출전 등을 밝히고 있는 가장 이상적인 악보집이라고 할 수 있다. 옥의 티라면, 베이스라인에 숫자를 없애고 편집하여 다소 피아노 사용자들을 의식했다는 점이며(이것은 쳄발로 연주자들에게 오히려 불편한 것이다.), 고성용과 저성용을 나누어 전조했다는 것이다. 사실 가곡에 있어서의 전조는 받아 들일 수 있는 것이지만, 아리아의 전조는 다소 상업적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에서 한국에 잘알려진 아리에 안티케의 모범적 악보로 사용하기에는 가장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3. 왜 원전에 충실해야 하는가? - 무엇이 충실한 것인가?

 

 a. 그동안 우리는 잘못된 악보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파리소티의 아리에 아티케와 같은 잘못된 악보를 사용했기 때문에 바른 악보를 보고 연주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b. 바로크시대 음악의 악보에 충실하게 연주한다는 것은 많은 것을 의미한다.

 

    - 만일 아리아라면 성부와 원래의 조를 지켜야 한다.

    - 반주 악기를 가능하면 쳄발로로 한다. 상황이 그렇지 못하다면 피아노를 쓸 수 밖에 없지만, 쳄발로의 사용이 가능한 경우

      라면 반드시 쳄발리스트가 반주하게 해야한다. 피아니스트가 쳄발로를 치게 하는 것은 비상식적인 일이다. 

    - 당시의 악보에는 원래 셈여림, 빠르기말 등이 기재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이 모든 것을 텍스트와 화성에서 유추해야 한

      다.

 

4. 결론

 

  더 이상 바로크 이탈리아음악이 연습곡 대우받는 상황을 지양하고, 올바른 악보와 가사로 연주하는 문화를 예중, 예고 입시부터 시작하여 대학, 일반 성악가에 이르기까지 정착시켜야 한다. 당연히 바로크음악에 대한 막연한 어려움을 이런 친숙한 곡부터 시작하는 것이 그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출처 : 에반겔리스트의 바로크음악 여행
글쓴이 : mvsica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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