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아이큐176' 16세 MIT입학 한국계 레이첼 인터뷰

@로마의휴일 2012. 1. 25. 13:03

'아이큐176' 16세 MIT입학 한국계 레이첼 인터뷰


18일(이하 현지시각) 저녁 9시 미국 네바다주 리노, 한국계 미국인 레이첼 엘리슨(16)은 책상 앞 컴퓨터에 앉아 화상 카메라를 켰다. "제 얼굴 보여요?" 앳된 얼굴로 묻는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21일 매사추세츠공대(MIT)로 떠날 생각에 한껏 부풀어 있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철부지 소녀다.

"너무 설레고 기대돼요. 사실 MIT, 듀크, 카네기멜론 대학 세 곳에 합격했는데요. 지난 4월에 3~4일간 MIT를 방문해 입학할 친구들을 만나고 교육과정을 살펴보니 여기다 싶었어요. 주립대 몇 곳에서 전액 장학금과 좋은 조건을 약속했지만 MIT만큼 제게 도전할 만한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는 곳은 없다고 생각했어요. 아버지도 MIT 출신이고요(웃음)."

시종일관 당찬 모습으로 또박또박 이야기하는 레이첼을 지켜보는 어머니 재 엘리슨(한국이름 박재수·50)씨의 표정은 흐뭇했다. 어려서부터 워낙 명석한 딸이라 공부도, 생활도 혼자 잘 해냈다는 레이첼. 그러나 또래 친구들보다 학습 능력이 월등하고 관심사가 남달라 학교 친구들에게 소외되곤 하는 딸을 지켜보는 어머니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레이첼은 어렵게 공부했어요. 미국에서는 학습부진아를 위한 교육(No Child Left Behind Act)은 활발히 지원했지만 또래보다 뛰어나 수준에 맞는 교육을 받지 못하는 아이를 위한 배려는 거의 없었죠. 그러다 교육용 소프트웨어 개발로 큰 돈을 번 사업가 데이비슨 부부(Bob and Jan Davidson)가 영재를 위한 비영리 교육재단을 만들었다는 거예요. 그 데이비슨 아카데미(Davidson Academy)를 3년 다닌 덕분에 올해 졸업하고 MIT로 갈 수 있었던 거죠."

◇ 미국판 맹모삼천지교, 영재스쿨 찾아 터전 옮겨

엘리슨씨가 딸의 재능을 발견한 건 레이첼이 6살 때, 우연히 받은 아이큐 테스트 때문이었다. 당시 전문가는 "레이첼의 아이큐는 176"이라며 "내가 본 아이들 중 최고"라고 놀라워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레이첼은 수업 시간에 교사가 가르치는 내용을 짧은 시간에 이해해 교실 맨 앞자리에서 교사 대신 아이들에게 질문하는 역할을 했을 정도다.

"그땐 학교가 재미없었어요. 친구들과 말도 잘 통하지 않고 수업 시간에는 뻔히 아는 내용만 반복해서 들어야 했으니까요. 너무 지루해서 소설을 쓴 게 다섯 권이 넘어요. 아이다호 브아즈(Boise)에 살 땐 새로운 걸 배우고 싶어서 학교를 여섯 군데 등록하고, 하루에 세 군데를 왔다 갔다 하기도 했어요. 엄마가 차로 데려다 주셨고 차에서 샌드위치로 점심을 때우곤 했어요."

힘들어하는 레이첼을 위해 엘리슨씨는 큰 결심을 했다. 온 가족이 아이다호를 떠나 네바다주 리노(Reno)로 이사하기로 한 것. 한국에서 14살 때 미국으로 이민 와 미국인 남편(스티브 엘리슨)과 결혼한 엘리슨씨는 "한국문화는 잘 모르겠지만 미국에서는 교육 때문에 이사 간다는 게 흔한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배움에 목말라 하는 딸을 위해 가족들은 기꺼이 삶의 터전을 옮겼다.

데이비슨 아카데미 1기 35명에 뽑힌 레이첼은 여기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자신을 이해해주는 친구들을 만나 이전보다 활달해진 것은 물론이다. 레이첼은 50명밖에 안되는 소수정원 학교지만 학생회장으로 활동했고 하루 3시간씩 운동에 빠지기도 했다.

"처음으로 이야기가 통하는 친구를 만나 행복했어요. 데이비슨에서 대학수업도 들었는데 수학, 과학에 제일 흥미가 있고요, 언어를 배우는 걸 특히 좋아해요. 스페인어, 중국어, 일본어를 공부했어요. 다 같이 하는 공부가 아니라 자기에 맞는 속도와 수준의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게 이 학교의 장점이예요. 올해 8명이 같이 졸업했는데 전 MIT에서 뇌 과학과 언어학(Brain Science and Languages)을 전공할 거예요."

◇ 영재는 강요로 안돼, 책읽는 환경 중요

엘리슨씨는 '대단한 어머니'다. 그는 미국으로 온 가족이 이민 와 대학에서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하고 휴랫패커드(HP)사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다. 남편은 직장동료였다. 첫 딸을 영재로 키우고 둘째 아들 데이비드도 아이큐 145 이상의 미국 0.03% 아이들만 진학할 수 있다는 데이비슨 아카데미에 보냈다.

엘리슨씨는 영재교육에 관심이 높은 한국의 학부모에게 "한국 교육 시스템을 잘 모르지만 엄마가 강요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고 고개를 저었다.

"특별한 교육법은 없어요. 그저 아이들에게 이것 해라, 저것 해라 하지 않고 부모가 손수 본보기를 보여주는 게 좋다는 원칙은 갖고 있어요. 제 남편과 전 집에서 쉴 때 주로 책을 읽어요. 그랬더니 세, 네 살이던 아이들도 옆에 앉아서 책을 따라 읽더라고요. 그 외엔 게임을 하든 음악을 듣든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하도록 배려하는 편입니다."

어려서부터 아이가 책을 즐겨 읽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엘리슨은 말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레이첼이 한 마디 거들었다.

"저희 엄마, 아빠는 어떤 질문에도 귀찮아하지 않고 친절하게 대답해 주세요. 자주 정치나 역사에 대한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요. 하고 싶은 것도 편안히 이야기할 수 있게 해주셔서 부모님과 굉장히 친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21일 MIT 기숙사로 향하는 레이첼은 처음 떠나는 엄마 품이 벌써 그립기라도 한 듯 엄마손을 꼭 잡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