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톨릭

[스크랩] 전례헌장의 기본정신과 현대적 적용

@로마의휴일 2008. 1. 4. 21:44
 

 

특별기고 - 인영균 신부(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전례책임자)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례헌장이 나오기 전까지 만해도 신자들은 ‘전례’를 성직자나 수도자만이 하느님께 드리는 공적 예배이거나, 아니면 주례자가 전례 예식 중에 해야만 하는 여러 가지 동작을 규정하고 지시하는 홍주(rubrica)의 총합이라고 알아들었다. 더 나아가 1917년 교회법전에서는 전례에 대한 법적 정의가 부여되어, 전례는 교회의 ‘공적 예배’만을 뜻하게 되었다 (1256조).


이러한 전례 개념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을 제시한 문헌이 바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첫 결실인「전례헌장」(Sacrosanctum Concilium)이다. 전례헌장은 공의회 교부들의 찬성 2147표와 반대 4표로 통과되어, 1963년 12월 4일에 교황 바오로 6세에 의해 인준 반포되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첫 결실>


전례헌장의 구성과 내용은 보면 다음과 같다. 첫 장에서는 전례 개혁을 위한 근본 원칙을, 둘째 장에서는 구체적으로 성체성사를 언급한다. 셋째 장에서는 다른 6개 성사들과 준성사들을 말한 다음에, 시간전례(4장), 전례주년(5장), 전례 음악(6장)과 전례 예술(7장)에 관해 서술하고 있다.


사실 전례헌장은 예수 그리스도와 교회에 관한 더 깊은 이해와 새로운 시각에 기초를 두고서 작성되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신비체이며 동시에 하느님의 백성이다. 그리스도와 연관된 교회에 대한 교회의 자기 이해에서 전례의 정의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십자가상에 잠드신 그리스도의 옆 가슴에서 성 교회의 오묘한 신비가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5항).


우선 전례헌장은, “전례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제직 수행이다”고 전례에 관한 근본적인 정의를 말한다 (7항). 왜냐하면 미사성제와 성사들과 하느님의 말씀과 성무 (聖務)에서 그리스도께서 현존하시기 때문이다. 즉 미사를 거행하는 가운데 그리스도 친히 “십자가 위에서 당신 자신을 제헌하신 같은 분이, 지금도 사제들의 봉사를 통하여 당신 자신을 봉헌하시며”, “누가 세례를 줄 때에는 그리스도께서 친히 세례를 주시는 것이다”고 밝힌다.


또한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말씀 안에서도 현존하신다. 교회에서 성경을 읽을 때 말씀하시는 분은 바로 그리스도 그분이시기 때문이다. 끝으로 그리스도께서는 “교회가 기도하거나 노래할 때”도 현존하신다. 전례헌장의 이 모든 확언은 전례 거행 안에서의 그리스도의 능동적인 역할을 강조하는 것이다.


다른 한편 전례헌장은, 전례는 “예수 그리스도의 신비체, 곧 머리와 지체에 의하여 수행되는 완전한 공적 예배”이고, “사제이신 그리스도와 그분 몸인 교회의 일”임을 천명한다(7항).


이 정의에서 강조된 것은 바로 교회의 역할이다. 신비체의 머리이신 그리스도께서 직무의 능력 안에서 교회를 당신 자신에게 결합시키셨다. “사제들의 직무를 통하여”, “누가 세례를 줄 때”, “교회에서 성경을 읽을 때”, “교회가 기도하거나 노래할 때”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전례 거행에서 교회가 수행하는 직무를 통하여 그리스도께서 활동하신다. 또한 이 정의는 전례가 사적 예배가 아니라 교회의 공적인 예배임을 강조한다.


따라서 공의회는, 전례는 “그리스도와 교회의 행위”이고 “가장 거룩한 행위이며, 그 효과에서 교회의 다른 어떠한 행위도 이와 같은 이름과 같은 높이를 차지할 수 없다”(7항)고 천명한다. 자연히 전례는 교회의 모든 활동이 지향하는 정점이며, 모든 힘이 흘러나오는 원천일 수밖에 없다 (10항).


<머리와 지체의 공적 예배>


전례의 궁극적 목표는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것이며 동시에 거행하는 신자들의 성화(聖化)이다. 그런데 이것은 “감각할 수 있는 표징을 통하여” 드러나고 실현된다 (7항). 표징들과 상징들은 전례에 성사적 차원을 언급한다.


전례 안에서 표징들과 상징들은 성사적 형태처럼 말로, 안수처럼 몸짓으로, 물과 빵과 포도주와 기름처럼 물질적 요소로 되어있다. 이러한 궁극적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공의회는 모든 신자들이 전례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기를 촉구한다.


왜냐하면 능동적 참여는 “세례의 힘으로” 믿는 이들에게 권리이고 책임이기 때문이다 (14항). 또한 “개개의 지체는 계급과 직책 및 실제 참여에 따라 각각 다른 모양으로 관여하지만” 전례 행위들은 그리스도의 몸 전체를 밖으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26항).


더 나아가 공의회는 전례의 “경직된 획일성” (37항)에 반대하여 전례의 “본질적 통일성” (unitas substantialis)을 강조한다 (38항). 사실 전례는 예배를 거행하는 한 공동체의 구체적인 환경에서 거행된다.


따라서 그러한 공동체의 문화와 전통을 고려해야만 한다. 이것은 전례를 문화에 적응 또는 도입해야 될 필요성을 설명한다. 이를 위해 공의회는 라틴말 표준 전례서에 기초한 모국어로 된 전례서들을 지역 교회가 준비할 것을 요구했다 (63b항). 이를 위해서는 전례에 관한 신학적, 역사적, 사목적 연구가 필요하다. 이렇게 할 때 “건전한 전통을 보전하면서도 올바른 진보의 길을 열 수 있다” (23항).


전례헌장이 반포된 후 교회 안에는 여러 가지 전례개혁이 수행되었다. 이 중에서 평신도의 능동적인 참여와 모국어 사용이 가장 대표적일 것이다. 로마에서 공부할 때 나는 한 이태리 부인한테 이런 말을 들었다. “공의회가 끝나고 미사 전례 개혁이 이루어져 처음으로 이태리말로 미사를 참례할 때 저는 너무나 감격해서 눈물을 흘렸답니다.”


<그리스도의 신비체로 변모>


그렇다, 이제 신자들은 하느님께 자신의 문화와 전통과 풍습으로 예배를 드리게 된 것이다.


사실 한국 교회는 전례의 토착화라는 큰 숙제를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우선 전례헌장의 정신과 전례에 관한 더 깊은 연구가 필요하리라 본다. 또한 과거에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우리 문화와 전통에 대한 연구도 병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전례의 토착화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사실 토착화 자체에만 관심을 집중한다면 끊임없는 예식의 발명밖에는 안될 것이고 끝내 지쳐버리고 말 것이다. 토착화의 궁극적인 목적은 바로 전례 거행의 주체이요 대상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세상에 더욱 잘 드러내고 동시에 교회가 나날이 그리스도의 신비체로 변모하게 하는 것뿐이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참다운 신앙과 그분에 관한 살아있는 체험, 그리고 교회에 대한 사랑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밑바탕에서 전례의 토착화는 우리 땅에서 자연스럽게 꽃피게 될 것이다.



인영균 (끌레멘스) 수사신부

약력: 85년 수도원 입회, 대구가톨릭대학교 졸업 신학 석사, 93년 종신서원, 94년 사제서품, 교황청 설립 로마 성 안셀모 대학교 전례학 석사, 현재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전례 책임자이며 대구 가톨릭 대학 교리교육학과와 대구 가톨릭 신학원에서 전례학을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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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탄현성당 사목회
글쓴이 : 배민호 에밀리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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