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톨릭

[스크랩] 사목헌장의 현대적 적응을 위한 청사진

@로마의휴일 2008. 1. 4. 21:45
 

 

  <==  사목헌장은 이전까지 교회이 울타리 안에 머물러 있던 시각을 과감히 허물고 세상과 더불어 살아가는 교회를 부각시켰다. 사진은 핵무기 실험 반대 시위에 참가하고 있는 방글라데시의 수녀들

 

 

  세상과 더불어 사는 '열린 교회' 부각

 

 

 사목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교회를 운영할 것인가? 사목자들이 어떻게 신자들을 사목할 것인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서 사목헌장(Pastoral Constitution)은 신통한 답변을 하지 않는다. 사목헌장의 관심은 이러한 주제범위를 훌쩍 뛰어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목헌장은 신자와 사목자의 관계와 역할에 대해서가 아니라 교회가 터잡고 있는 ‘세상’에 대해서, 정확히 말해서 그 세상과 교회의 관계에 대해서 폭넓게 그리고 체계적으로 논급하면서, ‘세상’에 대한 교회의 사명, 즉 ‘사회’에 대한 사목자와 신자 모두의 소명에 관해 표명하고 있다.


교회의 ‘현대적 적응’(aggiornamento: 적응이라는 용어가 교회의 주체성과 능동성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어서 가급적이면 이 단어의 사용을 피해야 한다는 학자들의 견해에 동의를 하지만 적당한 대안이 없어서 기존의 번역용어를 그대로 사용하기로 한다.


‘현대화’도 생각해봤으나 이 단어가 한 시대의 이데올로기를 반영한 사회학적 용어로서 부정적인 뉘앙스를 품고 있어서 피하였다)을 기치로 하여 교황 요한 23세에 의해 1962년 소집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1965년 막을 내리면서 4개 헌장, 9개의 교령, 3개의 선언으로 이루어진 공의회 문헌을 발표하였다.


전문가들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통틀어 평하기를 ‘개혁 공의회’(중세 후기에 비교하여), ‘개방의 공의회’(1차 바티칸 공의회에 비교하여), ‘전환의 공의회’(새로운 변화의 시도를 부각하여)라 한다. 이러한 평가는 그대로 사목헌장에 유효하다. 아니,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이런 평가를 받는 데 사목헌장이 한 몫을 했다. 왜냐하면 교황 요한 23세의 (공의회 소집) 의중이었던 교회의 ‘현대적 적응’을 위한 청사진을 바로 이 헌장이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목헌장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중에서 교회헌장과 더불어 공의회 정신의 양대축(兩大軸)을 이룬다. 즉 교회헌장이 교회 내부(ecclesia ad intra)의 사안을 주로 취급하고 있는 반면, 사목헌장의 주제는 교회의 외연(外延:ecclesia ad extra)에 중심을 두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공의회가 교회의 외연인 세상과 사회의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취급한 예는 역사상 없었다. 사목헌장은 교회 울타리 안에만 머물던 이전까지의 공의회의 관점을 과감히 허물고 울타리 없는 교회, 열린 교회 곧 세상과 더불어 사는 교회를 부각시킨다(40항).


세상을 바라보는 교회의 전통적인 시각은 교회는 ‘주고’ 사회는 ‘받고’의 관계, 곧 상위 질서(=시혜자)와 하위 질서(=수혜자) 사이의 종속관계로 보았다. 그러나 이 헌장을 통해 교회와 사회는 서로가 주고 서로가 받는, 상호의존적인 동등관계로 자리매김 되었다(41-45항). 이것은 20세기 최고의 신학자 칼 라너가 평하였던 것처럼 공의회 역사상 실로 혁명적이며 ‘신기원’을 이루는 초유의 업적이라 아니 할 수 없는 것이다.


사목헌장이 확정되기까지의 경위는 공의회 과정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사건이었다. 사목헌장은 공의회 시작 당시 그리스도인의 ‘도덕 질서’와 ‘사회 질서’의 수준, 곧 그리스도인의 덕행론(德行論) 차원에서 의제로 제시되었으나 주제의 포함 여부와 논의의 폭에 대한 주교들의 이견으로 인해 엎치락 뒤치락 하며 ‘죽음’과 ‘부활’의 과정을 거듭 겪고서 마침내 헌장(Constitution)으로 확정되기에 이르렀다. 즉 교령이나 선언의 등급에서도 턱걸이를 거듭하던 의제가 더 큰 비중과 권위를 가지고 당당히 부활하여 교회의 공식 교의(敎義)인 ‘헌장’으로 선포된 것이다.


종합적으로 볼 때 사목헌장은 여러 면에서 혁신적인 관점의 전환을 이루었다.


첫째, ‘사목’ 자체에 대해 더욱 폭넓은 시각을 제시하였다. 종래에는 강론과 교리교육 등 교회 내적인 사안을 취급하던 ‘사목’ 개념이 이 헌장을 통하여 사회-윤리적인 폭으로 확장되어 정치·사회, 경제·문화적인 강조점을 지니게 된 것이다(46-93항).


둘째, 사목헌장은 ‘교의’와 ‘사목’의 개념에 새로운 차원을 열어주었다. 교회의 공식 가르침인 교의는 종래에는 교회 권위에 의한, 법적 유효성을 지니는 이론적인 진술로만 이해되었으나 사목헌장은 ‘헌장’이라는 용어를 ‘세상’과 관련시킴으로써 ‘교의’를 실존의 차원으로 끌어들였다. 교의는 이제 정의와 기쁨이 넘치는 세상을 건설하도록 불린 인간의 소명에 대한 가르침, 곧 인간의 사회적 소명에 대한 가르침이 되었다(특히 42-43항). 이로써 교의와 사목의 관계를 상위개념과 하위개념으로 구분하던 종래의 스콜라적 관점에서 탈피하여 상호 관통하는 관계로 재정립한 것이다.


셋째, 교회의 지평을 확장시켰다. 사목헌장은 교회를 온 인류의 관점에서 조명하여 “기쁨과 희망, 슬픔과 번뇌, 특히 현대의 가난한 사람과 고통에 신음하는 모든 사람들의 그것은 바로 그리스도를 따르는 신도들의 기쁨과 희망이며 슬픔과 번뇌인 것이다”(1항)라고 선언한다. 나아가 “교회를 반대, 박해하는 사람들 속에서도 교회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44항 참조)는 넓은 도량을 드러내고 있다. 이로써 세상은 이제 더 이상 교회의 선교대상, 경쟁자, 또는 원수가 아니라 교회의 파트너요 동반자, 나아가 교회의 외연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넷째, 현세 활동 안에서의 평신도들의 소명을 강조하였다. 평신도들을 교황, 주교, 사제 등의 성직 계열과 함께 본질적으로 동등한 ‘하느님 백성’으로 자리매김해준 교회헌장(4항 및 9항)과 동일한 맥락에서 사목헌장은 평신도들이 세상에 그리스도의 정신을 침투시켜야 할 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 있어 그리스도의 증인으로 불림 받았음을 천명한다(43항).


차동엽 신부(인천교구 사목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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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탄현성당 사목회
글쓴이 : 배민호 에밀리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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