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생애
로마의 끌레멘스가 95년경에 쓴 '제 1고린토 서간'은 최초의 교부문헌으로 인정 받고 있다. 교회의 문헌, 특히 교부문헌에서 사람의 이름 앞에 지명을 붙이는 것은 같은 이름을 가진 인물이 두 명 이상 일 때, 출신지나 관할 교구의 지명을 명시하여 서로 구별하기 위해서이다. 끌레멘스의 경우는 2세기 유명한 알렉산드리아의 끌레멘스가 있기 때문에 그와 구별하기 위해 '로마의' 끌레멘스라 부르는 것이다. 끌레멘스는 베드로 사도로부터 직접 안수를 받았다고 하며, 베드로 사도, 리누스, 끌레뚜스에 이어 로마 교회의 제4대 교황이 되었으며, 92년부터 101년까지 재직하다가 도미시아누스 황제의 박해 때에 순교하였다. 로마 꼴로세움 옆에는 성 끌레멘스에게 봉헌된 성당이 있는데, 이 성당은 초세기에 세워진 팔레오그리스타아나 성당으로서 아름답고 예술적으로 가치있는 모자이크들로 장식되어 있다. 교회는 그의 축일을 11월 23일로 정하고 지내고 있다.
2.2. 제1고린토 서간
2.2.1. 역사적 의미
끌레멘스의 이 서간은 신약성서 다음으로 오래된 초대교회의 문헌으로서 전체 65장으로 되어 있다. 끌레멘스의 이름으로 '제 2고린토 서간'이 전해져 오지만, 끌레멘스의 저서가 아니라는 사실이 판명되었다. 이 서간의 이름이 신약성서에 나오는 사도 바울로의 '고린토 전서'와 같은데, 사실 이 서간이 쓰여지게 된 배경과 이유가 바울로의 '고린토 전서'의 경우와 비슷하다. 사도 바울로가 이미 꾸짖은 바 있는(1고린 1,10-17), 고린토 교회의 내분이 재발, 악화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일부 평신도들이 교도권에 도전하여 성직자들을 추방하였고, 다른 성실한 신도들은 쫓겨난 성직자들을 옹호함으로써 고린토 교회 자체가 파당 싸움으로 인해 붕괴될 위험에 처해 있었다.
이 소식을 들은 로마의 주교 끌레멘스는 구약과 신약의 예를 들어 불목과 시기를 꾸짖고, 사랑과 평화와 순명의 덕으로써 평화를 회복하도록 촉구한다. 교회의 위계제도는 교회의 질서를 위해 하느님이 정하신 것이니, 평신도는 이에 순명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즉 하느님은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셨고, 예수 그리스도는 사도들을, 사도들은 주교와 부제들을 파견하고 계승케한 것이기 때문에 신적 권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서간을 통해 초기 교회의 교도권이 정착되는 과정에서 얼마나 어려움이 있었는지를 엿볼 수 있다. 사도들이 순교함으로써 교회 안에 권위에 대한 혼란이 생겼고, 사도들로부터 세워진 교회의 지도자들, 즉 교도권이 도전을 받았던 것이다.
그리고 서간 제 5장은 사도 베드로와 바울로가 로마에서 선교하다가 순교하였으며, 사도 바울로가 로마제국의 서쪽 끝, 즉 스페인까지 선교하였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증언하고 있다. 또 네로 황제의 박해가 얼마나 잔인했으며, 박해 때에 순교한 이들 가운데 여인들이 많았다는 사실을 전하고 있다. 끝으로, 서간 59,4 - 61,3에 나오는 긴 기도문은 가장 오래된 로마 교회의 전례 기도문이다.
2.2.2. 로마주교의 수위권 문제
그의 서간에서 주목할 점은 로마 주교의 개입, 즉 교황의 수위권에 관한 문제이다. 사도시대부터 각 지역교회는 책임자인 주교에 의해 관리되어 온 것이 관례였는데, 로마의 주교가 무슨 권위로 멀리 발칸 반도에 있는 고린토 교회의 문제에 개입하게 되었는가? 이 서간이 쓰여진 95년 당시에는 아마도 요한 사도가 살아계셨을 가능성이 높은데, 그렇다면 요한 사도가 이 문제에 개입하는 것이 합당하지 않았겠는가? 그런데 끌레멘스는 서간에서 이 문제를 '늦게 알게 되어 이제서야 거론하게된 것을 유감'이라고 말하며(1,1), "우리의 권고를 듣지 않으면 하느님께 중대한 죄를 짓게 된다"고 경고하고(59,1-2), 끝으로 "우리는 성령의 감도하심에 따라 말하는 것이니 이에 순명하라"(63,2)고 주장한다.
이러한 표현들을 단순히 로마 주교의 주제넘은 개인적인 월권행위로만 볼 것인가? 우리가 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로마의 주교, 즉 교황의 수위권이 교회 안에서 어떻게 형성되기 시작하였으며, 이것이 다른 교회들로부터 어떻게 인정받았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최초의 문헌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냐시오의 편지에서 이에 대한 또 다른 중요한 증언을 보게 될 것이다. 로마의 주교는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로서 다른 지역교회의 주교들보다 더 권위를 갖고 있다고 인정받고 있었으며, 이러한 권위는 후에 교황의 수위권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2.2.3. 부활의 상징, 피닉스 새
서간 24 - 25장에서는 그리스도교 신앙의 기초인 예수의 부활과 피닉스 새의 신화를 연결시키고 있다. 이집트의 신화에 나오는 피닉스 새는 헬리오폴리스(태양의 도시)에서 5백년 동안 사는데, 죽을 때가 가까워지면 아라비아로 날아가서 유향과 몰약과 다른 향료들로 둥우리를 만들고 그 둥우리 안에 들어가서 죽는데, 죽은 몸둥아리에서 애벌레가 나와 죽은 어미의 살을 먹고 자란다. 점점 자라 날개가 나오고 튼튼해 지면, 어미의 뼈들이 들어 있는 둥우리를 가지고 어미의 고향인 이집트의 헬리오폴리스로 날아와 다시 5백년을 산다는 것이다. 5백년의 수명 자체도 길지만, 죽은 어미의 몸에서부터 새끼가 나온다는 점에서 불사조란 의미가 있으며, 자기 몸으로 새끼를 기른다는 점에서는 성체의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이 피닉스 새의 이야기는 후기 그리스도교의 문학과 성미술과 모자이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종교철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찌아노, 아테나고라스 (0) | 2008.09.17 |
---|---|
안티오키아의 이냐시오 (0) | 2008.09.17 |
스미르나의 뽈리까르뽀 (0) | 2008.09.17 |
교부들의 중요성 (0) | 2008.09.17 |
사도신경 (0) | 2008.09.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