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가 민간인 불법사찰 재수사 기록 수만쪽을 단독으로 입수했다. 청와대는 그동안 이영호 전 고용노사비서관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보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 부인해왔지만 수시로 독대 보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근혜 새누리당․문재인 민주통합당․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 후보가 4일 첫 TV토론을 벌였다. 두 여성 후보의 날선 공방에 문재인 후보는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후보는 박 후보가 전두환 정권에서 받은 6억원에 대해 “나중에 다 사회에 환원할 것”이라는 답변을 받아냈다.

새누리당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4일 대선 직후 쌍용차 사태 해결을 위한 국정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일보는 박근혜 후보가 쌍용차 노동자들의 철탑농성 해제를 조건으로 만남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다음은 5일 아침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박․문․이, 첫 TV토론(포토뉴스)>
국민일보 <朴 “문, 아들 부당 취업” 文 “박, 만사올통 말 돌아”>
동아일보 <지지율 0.7% 후보에 휘둘린 TV토론> 
서울신문 <朴 “통합 대통령” 文 “상생 대통령”>
세계일보 <정책대결보다 인신공격…짜증 TV토론>
조선일보 <朴 “퍼주기 평화는 진짜 평화 아니다” 文 “盧정부때는 남북간 충돌 없었다”>
중앙일보 <문 “참여정부 5년 남북 충돌 없어” 박 “퍼주기로 유지된 평화는 가짜”>
한겨레 <이 대통령, 민간인 사찰 ‘비선 라인’ 알고도 비호>
한국일보 <朴 “文 NLL 말 바꿔 진정성 의심” 文 “천안함 등 MB정부 안보 무능”>

한겨레 “이 대통령, 민간인 비선 라인 알고도 비호”

한겨레가 4일 입수한 민간인 불법사찰 재수사 기록에 따르면 민간인을 불법사찰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을 비선으로 지휘했던 이영호 당시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수시로 독대 보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대통령이 비선 라인의 존재를 알고도 이를 비호한 정황도 드러났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진경락 당시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의 외장 하드디스크에서 나온 ‘공직윤리지원관실 거취 관련 VIP 보고 결과’ 문건에 “2009.10.29 17:00 EB(이영호 비서관)가 ‘민정(수석실)에서 공직윤리지원관 교체를 보고 드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하자, VIP께서 놀라시며 ‘당장 인사비서관을 연결하라’고 하시고 인사비서관에게 ‘내 특명이 별도로 있을 때까지는 당장 공직윤리지원관 인사를 중지하라’고 지시했다”고 나와 있다.

이튿날 이 대통령은 확대비서관회의에서 “이런 사람들이 원래 목소리가 좀 큰데다 업무 열정이 있어서 협의 과정에서 시끄럽게 했다는 것을 밖에 퍼 나르면서 중상모략하고…몸 던지며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바꾸려고 인사공작을 하는 것은 한심한 일”이라고 문건에 나와 있다고 한겨레가 전했다.

▲ 한겨레 1면 기사.

이영호 비서관이 비선으로 지원관실을 지휘한 사실을 이 대통령이 알고 있었고, 당시 이 비서관이 업무협조 과정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실과 마찰을 빚으며 소란을 피운 사실이 언론에 공개되자 오히려 이 비서관을 두둔했다는 것이다.

같은해 7월 진 과장이 작성한 ‘가볍게 보고 드릴 내용’ 이라는 문건에는 이영호 비서관이 이 대통령과 독대했다는 내용도 나와 있다.

한겨레는 이날 8면과 9면을 통틀어 민간인 불법사찰 재수사 기록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8면에서는 당시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 된 지원관실이 민정수석실․감사원과 벌인 파워게임의실상, 9면에서는 진보판사 동향에 이건희 증여세 탈루 의혹까지 ‘문어발 사찰’을 벌였다는 새로운 사실을 전했다.

지원관실은 업무처리 현황 문건에서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복종하는 듯하지만 뒤로는 자기 안전판을 만든다. 충청 마피아”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백원우․최문순․한명숙․정동영 등 야권 의원도 사찰 대상이 됐다.

기존에 사찰 대상 이름만 확인됐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증여세 탈루 의혹을 사찰한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 한겨레 9면 기사.

박근혜 저격수로 떠오른 이정희

4일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눈에 띄는 후보는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였다. 박근혜 후보에게 작심한 듯 맹공을 퍼부은 이 후보는 “나중에 후보를 사퇴하게 되면 국고보조금을 그대로 받는데 토론회에 나오는 이유가 있느냐”는 박 후보의 질문에 “박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한 것이다. 반드시 박 후보를 떨어뜨리겠다”고 맞받아쳤다.

이 후보는 박 후보에게 “대통령 취임 후 친·인척 비리가 드러나면 대통령직을 사퇴하겠다는 약속을 하라”고 요구했지만 박 후보는 뚜렷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 경향신문 1면 사진기사.

이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 박 후보에게 1979년 10․26 사태 직후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부터 박정희 전 대통령의 비자금 6억원을 받은 일이 있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박 후보는 “당시 아버지가 흉탄에 돌아가시고 어린 동생들과 살길이 막막한 상황에서 배려하는 차원에서 준다고 했을 때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그것을 받았다”며 “나중에 다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말했다.

한겨레 3면 <박 ‘전두환이 준 6억’ 떳떳지 않은 돈 시인…대선 쟁점으로> 기사에 따르면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열린 검증 청문회에서 이명박 후보 쪽 박형준 대변인은 ‘6억원’에 대해 “서울 강남의 30평 은마아파트 30채 값으로 현재 자산가치로는 300억원”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 한겨레 3면 기사.

이정희 깎아내리고 싶은 조중동

동아일보는 TV토론을 “지지율 0.7% 후보에 휘둘린 TV토론”, “이정희의 독설쇼”였다고 깎아 내렸다. 동아는 1면 기사에서 “지지율 1% 이하의 한 후보로 이해 18대 대선 첫 TV토론회가 사실상 무력화됐다”고 평가했다.

동아는 3면 <이정희의 ‘독설 쇼’> 기사에서 이 후보가 “기필코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겠다”고 말한 것을 두고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의 “난 한 놈만 골라 팬다”를 연상시킨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라고 전했다.

조선도 2면 <대선 TV토론의 추락…0.2% 이정희 ‘억지·막말’ 논란> 기사에서 “18대 대선의 첫 TV토론회는 ‘판을 깨러’ 나온 0.2% 후보에게 무대를 제공한 꼴이었다”며 “다음 토론서 또 봐야 하나 선관위 홈페이지에 비난 댓글이 줄이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3면 <이정희 “나는 박근혜 떨어뜨리려 대선 나왔다”> 기사에서 이 후보가 박 후보를 향해 “충성혈서 써서 일본군 장교가 된 다카키 마사오, 누군지 알 것이다. 한국이름 박정희”라며 “뿌리는 숨길 수 없다. 대대로 나라 주권 팔아먹는 사람들이 (오히려) 애국가를 부를 자격이 없다”고 말한 것에 대해 “인격 모독에 가까운 발언도 했다”고 전했다.

토론회 당일 네이버에서는 ‘이정희’가 검색어 1위, ‘다카키 마사오’가 2위에 오르기도 했다.

▲ 동아일보 3면 기사.

전문가 평가 엇갈려

조중동 평가와는 달리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이정희 후보가 토론을 잘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지나치게 강력한 표현을 사용해 거부감을 일으킨 것이 단점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겨레는 3면 기사에서 “박근혜 후보는 준비 부족을 드러내는 등 별로 성공하지 못했고, 문재인 후보는 품위는 있으되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대신 이정희 후보만이 발군의 실력을 보였다”가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토론회 평가라고 정리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문재인 후보는 후보단일화 토론보다 못한 것 같다. 박근혜 후보는 몇 번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결국 박근혜와 문재인은 비슷했다”고 말했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박 후보는 문 후보와 이 후보를 한 묶음으로 공격하려고 했지만 잘 안됐다. 전반적으로 준비가 부족해 보였다”고 평가했다.

전원책 변호사는 “예상외로 대응을 잘한 박 후보가 가장 나았다. 그 다음으로 문 후보는 무난했는데 구체적 답변을 못한 부분이 있었다. 이 후보는 토론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인신공격적 발언이 너무 많아서 가장 못했다고 본다”며 “문 후보는 온화한 태도로 국민들의 신뢰를 얻었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구체적 정책 내용이나 방향을 말하지 못한 것이 단점”이라고 말했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경향과 인터뷰에서 “이정희 후보가 도드라져서 ‘이정희 대 박근혜’의 양자토론분위기였다”며 “문재인 후보는 존재감이 약해보였다”고 말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문 후보는 자신이 잘못한 부분을 솔직하게 시인했지만 박 후보는 이명박 정부의 무능․실정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며 “정책적 부분과 포용성 측면에서 문 후보가 가장 잘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박 후보는 네거티브로 일관했고, 이 후보는 토론을 한 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 경향신문 4면 기사.

대선 후보 토론회, 지지율에 영향 줄까

TV토론이 후보 간 지지율 변화에 영향을 줄 지 여부도 관심사다. 한국일보가 토론회가 열리기 전인 지난 3일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내일이 대선 투표일이라면 어느 후보에게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7.9%가 박 후보, 42.1%가 문 후보를 선택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그러나 경향과 인터뷰에서 “이정희 후보가 주도하고 다른 후보들은 뚜렷하게 부각되지 못했기 때문에 지지율에서 큰 변화를 주기에는 다소 무리”라고 평가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토론의 승자는 없고 지지율 변동에도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한국일보 1면 기사.

토론회 직전, 쌍용차 국정조사 수용한 새누리당

새누리당은 4일 18대 대선 직후 쌍용차 사태 해결을 위한 국정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환노위 소속 새누리당 김성태 이종훈 김상민 최봉홍 의원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이 시간에도 대한문에서, 송전탑 위에서 목숨을 걸고 투쟁하는 분이 있다”며 “18대 대선 이후 열리는 국회에서 쌍용차 해외매각, 기술유출, 정리해고의 진상 규명과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정조사를 실시해 회사 정상화 방안과 해고자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환노위 소속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의 쌍용차 국정조사 수용은 대선을 앞둔 진정성 없는 정치쇼로 보인다”며 “새누리당은 뻐꾸기만 날리지 마시고, 대선 전에 ‘원포인트’ 국회를 개최해 대선 직구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속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어 “새누리당의 입장 변화는 국정조사의 정당성을 인정했다는 의미로는 긍정적이지만 첫 방송토론회가 열리는 날 발표한 것은 대선용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환노위 여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은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소관 상임위의 판단과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조선일보와 통화에서 “내 개인적으론 개별기업 문제를 국회에서 국정조사하는 게 나쁜 선례가 될 것 같아 반대하는 입장”이라면서도 “환노위 소속 의원들의 의견들도 수렴해 국정조사 실시 여부를 결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는 박근혜 후보가 철탑농성 중인 쌍용차 조합원들에게 농성 해제를 조건으로 만남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새누리당 선대위 관계자는 4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박 후보가 대선 이후 쌍용차 해고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와 해고자들의 철탑 철수를 조건으로 만남을 제의했다”고 밝혔다.

▲ 국민일보 5면 기사.

안철수, 문 후보 지원 하나 안 하나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의 안갯속 행보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안 전 후보는 4일 서울 역삼동 한 식당에서 캠프 국민소통자문단 관계자들과 오찬을 하면서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중도적 입장이 변했느냐”는 질문에 “나는 합리적 보수와 온건 진보를 아우르는 입장이 변함이 없다”며 “문 후보와 TV토론을 하면서 이념의 편차를 조금 느꼈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5일자 아침신문 기사들의 다음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안 전 후보의 계획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경향 4면 <안 ‘문 지원 할듯 말듯’…캠프 불안․불만>
국민 4면 <安행보 해석 차>
동아 5면 <安 “어떻게 文 도울지 아직 못정해”…국민연대 불참할 듯>
서울 2면 <安, 文과 남북관계 해법 이견 대선 이후 독자 행보 가능성>
조선 5면 <安측 “文 독자지원 모색…국민연대엔 합류 안해”>
한겨레 5면 <안 또 예상깨고 ‘지원방안 침묵’…‘안개행보’ 재개>
한국 6면 <安, 이르면 오늘 文지원 나설 가능성>

전원책 변호사는 경향논단 칼럼에서 안 전 후보의 해단식을 두고 “안철수는 여전히 의문부호만 남겼다. 덕분에 기자들과 정치평론가들이 바빠졌다”고 말했다.

유민영 안 전 후보쪽 대변인은 4일 브리핑에서 “(민주당과의) 공동선대본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정권교체를 위한 헌신 의지를 낮추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 서울신문 2면 사진기사.

경향은 1면 뉴스분석 <문·안의 한계가 부른 야권의 위기> 기사에서 야권이 위기에 봉착한 이유에 대해 박 후보가 제기하고 있는 ‘노무현 정부 실패론’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문 후보에게 일차적 책임이 있다고 전했다. 여전히 ‘친노 프레임’에 갇혀 새롭게 다른 해법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 전 후보의 책임론도 제기했다. 경향은 안 전 후보의 출현이 ‘박근혜 대세론’을 무너뜨리는 데 기여했지만 새 정치라는 주제를 던지고 정작 정치쇄신의 실체와 구체적 실천 방안을 내놓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경향은 문 후보의 쇄신 가속화, 안 전 후보의 적극적인 문 후보 지원을 ‘사그라지는 정권교체의 불씨를 살릴 방안’으로 꼽았다.

▲ 경향신문 1면 기사.